기사제목 [주승현 통일학 박사] “통일도 결국 ‘사람’의 문제...긴 안목으로 보고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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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현 통일학 박사] “통일도 결국 ‘사람’의 문제...긴 안목으로 보고 준비해야"

원 코리아 리더
기사입력 2018.10.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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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jpg▲ 주승현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초빙교수 (통일통합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이름뿐이었던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가 이슈다. 남북의 무장병사들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현장이었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말 그대로 비무장지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남북은 지난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JSA내 지뢰·화기 제거, 초소 철수 등 비무장화 작업을 완료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직접 DMZ에서 근무했던 사람의 시각은 어떠할까.  

DMZ 북측에서 대남 심리전 선전방송 요원으로 근무하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탈북, 현재 통일학 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는 주승현 교수는 “이제는 때가 왔다”고 말하고 “분단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JSA의 실체적 비무장지대화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 교수는 2000년대 초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땅을 밟았다. 25분만에 이뤄진 극적 탈출이었다. 그의 탈북스토리는 몇 차례의 방송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탈북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설명을 이엇다. “제가 어디에 구속되거나 통제 받는 걸 싫어해서... 지금은 체질상 한국이 잘 맞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인터뷰·글 허경은


“군사적 긴장의 완화 시도는 일단 긍정적"

- DMZ 북측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JSA의 실질적 비무장지대화’에 대한 시각이 남다를 것 같다. 

“아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국한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해 점차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도모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휴전) 중이고 남북은 상호 적대국인 상태이다. 남북 사이에 국지전이 다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표면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군사적 대치점이 바로 DMZ이다. 그리고 JSA는 원래 남북한이 구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으나 도끼만행사건(1976년) 이후로 양측 구역이 명확하게 구분됐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며,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해 전반적 긴장 완화를 도모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문화·경제적 단절 상태가 풀려 상호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과 군사적 긴장상태가 완화돼 일부 지역에서 무장이 해제되고 병력이 철수하는 등의 문제는 조금 다른 차원이라는 해석과 논쟁이 따른다. 군사적 긴장 완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과거 북한의 도발이 잦았고, 연평도, 천안함 등의 사건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통일은 멀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통일 찬반 조사를 했을 때에도 찬성표가 적었고 국민들의 무관심이 절정에 달하기도 했다. 군사적 긴장 상태가 강화될수록 통일의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통일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1년만에 설문조사 결과가 뒤바꼈다. 반대표가 찬성표로 돌아서며 국민 10명 중 8명이 통일을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남북 교류가 많아지고 북한의 도발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며 이제는 ‘통일도 가능하겠구나’로 생각이 바뀐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가 꼭 불안만 조성하는 게 아니라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의식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대북·대남 확성기방송은 지금 중단된 상태이다. 과거 심리전 방송의 효과는 어느 정도였다고 보는가?

“확성기, 라디오 등 상호 심리전 방송은 서로에게 효과가 분명 있었다. 외부 정보가 차단된 북한 주민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60~70년대에는 북한의 ‘구국의 소리’ 등을 들으며 주사파가 된 청년들이 있었으니...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심리전 방송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알권리 차원의 ‘정보 전달’과 군사적 공작으로서의 ‘적의 와해’로 볼 수 있는데, 와해 공작은 사실상 공식·비공식 방법을 모두 동원해 때론 더티(지저분)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많았다. 와해 공작은 중단됐지만 알권리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정보를 알리는 건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본다. 북에서도 체제 전복이나 군사적 와해 목적이 아닌 일반 뉴스 전달의 대북방송에 대해서는 크게 대외적으로 문제삼지 않는다. 그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3의 대안으로 남북간 일부 채널 공유 전략이 거론된 적 있다. 과거 동·서독이 방송채널을 상호 오픈했던 것처럼, 남북간에도 몇 개 채널을 선정해 서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당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겠지만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가 지속되고 진전을 보인다면 머지않아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

4.jpg▲ 주승현 교수(통일학 박사) 강연 모습
 
“통일과 평화를 선후관계로만 파악해서는 안돼" 

- 올해의 한반도 키워드는 ‘평화’였고 그 만큼 남북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진영에 따라 ‘선 통일 후 평화’ 대 ‘선 평화 후 통일’이란 논리의 대립이 여전히 존재한다. 

“흔히 보수 진영에서는 ‘선 통일 후 평화’를, 진보 진영에서 ‘선 평화 후 통일’을 주장한다. 각각의 논리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선 통일’ 입장에서, 평화란 분단국가에서는 불완전한 것으로 그런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므로 빨리 통일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견고해서 붕괴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충분한 준비도 없이 급진적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그 혼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우리가 73년간 분단돼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선은 관계 개선부터 하자는 게 ‘선 평화’ 입장이다. 문화, 경제적 격차를 어느 정도 줄여 균형을 맞춘 후 충분히 준비됐을 때 통일하면 된다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과연 언제 통일이 되겠는가’란 문제에 부딪히고 분단 고착화 우려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아직 휴전 중임을 고려할 때, 또 다시 전쟁이 나지 말란 법도 없다. 양측 주장 모두 그 전략에 장단점이 있다.” 

- 그렇다면 탈북민이자 통일학 박사로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분단 국가의 목표는 ‘통일’이다. 분단 상태에서는 평화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단, 준비가 필요하다. 전 보수 정권의 통일론이 힘을 받을 수 없었던 배경에는 명확한 통일 프로세스, 즉 시나리오가 없이 주장만 펼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분단으로 누적돼 온 ‘현실’을 우리가 냉정하게 직시하고 인정해 위험 요소들을 줄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정권이 과거의 진보 진영보다 달라진 점 하나가 있다면, ‘평화와 번영’을 외치며 ‘공동 번영’ 키워드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번영의 중심에는 ‘경제 공동체’ 개념이 들어가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추자는 것인데, 이렇게 현실을 직시한 상태에서 준비하되 ‘통일’이란 목표를 잊어서는 안됨을 강조하고 싶다.”

- 과거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통일 공동체’란 용어를 사용한 기사를 보았다. 어떤 의미인가.

“내가 꿈꾸는 통일 국가는 남북한 주민들이 화합하고 상생하는 하나의 ‘통일 공동체’이다. 통일은 일련의 ‘사건’일 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건 이후에 공동체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남북간에는 사고, 가치, 생활양식 등 전반에 걸쳐 많은 부분이 다르다.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 경제, 국제적 영향력 등에서 북한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오는 북한 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 인식, 즉 북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덜 문명화됐다는 식의 일종의 오리엔탈리즘 같은 시각이 향후 통일공동체 실현 이후에도 그 안에서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맞는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동독이나 남베트남 사람들처럼 스스로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충돌이 적을 텐데, 북한 사람들은 그걸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사상적으로 경직된 환경에서 교육 받고 자라며 체화된 자존감과 자신감이 우리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을 미리 인지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통일공동체는 혼란 정도를 넘어 내적 분쟁과 재분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통일 전부터 계속해서 남북이 만나고 교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통일정책의 국민참여 확산도 시민사회의 몫" 

- 통일 실현을 위해 시민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 냉전시대나 2000년대 직전까지의 시대만 해도 분단·통일·평화 등은 정부가 독점할 수밖에 없는 정책적 영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민사회가 함께하지 않으면 정부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없고 그 정책의 일관성 또한 지속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이런 정책을 강압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코자 할 때 이를 국민들에게 확산시키는 것도, 또한 국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도 이제는 시민사회의 몫이 되었다.”

- 어떤 통일 준비가 필요할까.

"한국 사회에서 환경·교육·복지 등 많은 분야의 시민단체가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분단·통일 문제에 집중하는 단체들의 활동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통일은 국가정책으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뿐더러 사회적으로도 일부 특정집단이나 세력의 관심 영역으로 한정될 수 없는 국민 전체의 시대적 현안이 되었다. 더구나 통일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문제’라는 평범하되 절실한 '진실'이 날로 확연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통일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며 하루 하루의 생활주변에서부터 통일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통일된 한반도를 꿈꾸며 뉴스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웃의 탈북민과 따뜻하게 교류하는 등 사소한 것 같은 일들이 모두 통일 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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