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박충수 국제가정다문화센터] “비전은 크게 멀리, 실천은 눈 앞의 작은 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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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수 국제가정다문화센터] “비전은 크게 멀리, 실천은 눈 앞의 작은 일부터!”

코리안 드리머
기사입력 2018.10.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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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ss.jpg▲ 박충수 국제가정다문화센터 센터장 / 한국글로벌피스재단 보령지부장
 
“흔히 ‘다문화 가정’이라 하면 어떤 모습을 떠올리나요? 베트남, 필리핀 등 주로 동남아 국가의 여성들과 결혼한 농촌총각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 않나요. 우리나라 사람들 시각에서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사람들과 결혼한 사람을 가리켜 다문화 가정이라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여기에서 바로 인식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문화 가정’이란 용어는 정책적 용어일 뿐, 사실은 다소 저개발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이룬 가정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고, ‘다문화 가정 지원’ 등 정부지원 정책도 주로 취약계층에 대한 것으로 자리 잡혀버렸습니다. 점차 다문화에 대한 관심은 식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이웃에서는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의 삶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10여년 째 충남 보령시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이어온 박충수 센터장은 이와 같이 ‘다문화(多文化)’란 용어가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에 ‘국제가정’이란 단어를 앞에 덧붙어 ‘국제가정다문화센터’라 이름 짓게 됐다고 센터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주민 여성을 ‘문화대사(文化大使)’로 부르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국에 이주해 살고 있는 외국인을 통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고, 동시에 한국 언어와 문화를 이주민 모국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국제가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이 개선되고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크게는 한반도 통일 실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 강조하며 향후 이들과 함께 펼칠 통일 운동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인터뷰·글 허경은


‘문화 다양성’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

충남 보령시에는 600세대 정도의 국제가정이 있다. 더불어 외국인노동자가 1500여명(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약 2500여명으로 추산),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은 80여명 정도로 집계된다. 물론 이들 모두가 실질 거주자는 아니다. 일부는 주소지를 그곳에 둔 채 일자리를 찾아 대전, 서울 등 대도시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서해바다에 맞닿은 작은 농어촌 지역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수의 이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 센터장은 “농·어업 인력이 부족해 해외노동자에 의지하는 게 우리 사회의 단면인데도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지원 대책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등에서는 매년 이주민 여성 가족들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사들은 주로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고충에만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항상 똑같죠. 주로 언어차이로 인한 소통불편, 시댁과의 갈등, 자녀 양육의 어려움 등으로 요약됩니다. 그럼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며 빨리 한국화되도록 지원하는 정책만 도출될 뿐이죠. 그런데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면 어느 한 쪽만 불편한 게 아니라 양측 모두가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외국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면 우리 사회도 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합니다. 남편이나 시댁 가족들이 이주여성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간단한 언어소통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불편함은 오로지 이주여성의 몫이 되고 맙니다. 
캄보디아에 가지 않고도 캄보디아를 알 수 있고, 한국의 우수 기술·제품들이 캄보디아 아내를 통해 모국의 가족, 친구들에게 홍보될수도 있는 좋은 기회들이 있는데, 왜 이런 다양성 속에서 장점을 발견해 활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이주민들의 한국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나요.”

"다문화가정, 복지의 대상만으로 보면 안돼" 

박 센터장은 국제가정 및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고 이들이 자립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경제활동을 활발히 벌일 때 우리사회도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소질과 특기를 살려 다양한 사업을 기획, 운영해 왔다. 2010년 비영리민간단체로 정식 등록해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별도의 운영자금은 자비 또는 회비로 충당하기도 했다.

“각 지역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지만, 간단한 한국어 및 초기 정착을 돕기 위한 정도의 단기 과정에 그치는 편이라, 예산액 대비 큰 효과가 없고 이주민들에게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주로 갓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에 맞춰져있죠. 처음에는 도움이 되니 이들도 센터에 나와 교육과정을 듣지만, 한국 문화의 이해나 육아 등을 넘어 좀더 고급화된 과정이나 정식 취업을 위한 기술 교육 등을 받고자 할 경우엔 효과가 없어 결국 센터로의 발길을 멈추고 가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벗어나 이주민들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해서 운영할 시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한국어에 서툴다는 것은 그들에겐 분명 위기입니다. 동시에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지 못하여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위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우리보다 (출신 국가의)모국어를 잘 구사하고 모국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훨씬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준다면, 우리는 그들을 통해 외국어와 외국문화를 쉽게 접하며 문화적 풍요로움을 갖출 수 있고, 우리나라 제품의 홍보, 판매, 수출 등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습니다. 이로써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아닐까요?”

박 센터장은 이주자들이 그저 복지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 참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교육과 장기적 플랜이 더 필요하다는 소신에 따라 이벤트 성 프로그램보다는 지자체 지역공동체일자리, 소위 공공근로라고 말하는 틀 안에서 이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들을 만들어왔다. 그 중 하나가 공공장소 벽화그리기 프로젝트다.

벽화 01s.jpg▲ 2015년 국제가정다문화센터에서 추진했던 공공근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역 내 버스 정류장에 벽화그리기 작업이 진행중이다.
 
벽화 02.jpg▲ 보령시 성주면 먹방마을 공공주차장에 국제가정다문화센터 회원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을 주제로 하는 벽화를 그리고 있다.(2015년)

“주로 버스 정류장, 공용 주차장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자주 이용하는 공공 장소들이 아름답고 안전하게 관리,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제안하고 이주민들을 참여시킨거죠. 이런 벽화 프로젝트는 일회성 작업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지나가며 그걸 지켜 본 사업주들이 연락을 해 와 자기네 건물이나 창고 벽에 벽화 작업을 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이 이어지면 점차 민간수요로 옮겨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이 전문기술을 습득하고 개개인의 소질을 살려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며 일자리도 갖게 되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되어 상호 교류의 기회도 늘게 될 것입니다.”
 
국제가정다문화센터는 이외에도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초·중·고교를 방문, 다사랑케이크 만들기 등의 체험교육을 이어왔고, 착한 가격업소 대상 인테리어 보수 지원 작업, 음식·문화 교류 행사, 수공예 실습작업, 한국어·외국어 교육, 일자리 알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박 센터장은 농촌지역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는 이주여성의 노동력을 농업후계자로 전환, 직접 사업에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활동모습.jpg
 
“이주민들, 한반도 통일 실현에도 큰 몫 할 수 있어"

"이주민들에게 이제 한반도 분단과 통일 문제는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그들 자신 뿐 아니라 그들의 모국에 있는 친인척과 친구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딸을 시집 보내거나 아들을 근로자로 보낸 가족들은 언제나 한국 뉴스에 촉각을 세우죠. 근데 한국이 통일을 이뤄 안전하고 평화로운 지역이 된다면 더욱 안심할 것이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자부심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시민들도 이들과 더 교류하며 남북통일이 당신의 국가와의 관계발전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리고 ‘I Support One Korea’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외국인 이주민들의 몸은 비록 보령이라는 작은 지역에 머물러 있지만 그들의 국제적 영향력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큰 파급력을 발휘합니다.”

IT시대에 이르러 “변방이 중심이다”란 자신의 믿음에 더 큰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한 박 센터장은 “서울 광화문, 청와대만 모든 것의 발상지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은 온 지역 곳곳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이주민들이 많이 정착한 지역일수록 문화 확산력은 더욱 강력하다.”고 자신했다. 한반도 통일운동을 펼쳐가고 있는 한국글로벌피스재단 보령지부장직도 맡게 된 박 센터장은 지부의 정식 출범에 앞서, 다양한 관련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다문화의 장점과 국제적 파급력를 접목한 글로벌 통일운동을 펼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처음부터 주변의 작은 일부터 보게 되면 방향성을 잃기 쉽습니다. 먼저 큰 흐름을 읽고, 그 다음 중간 단계, 또 그보다 작은 단계 등 거꾸로 내려오며 내 주변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면 실천도 쉽고 방향성을 잃지 않고 큰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전은 크게 멀리 보고, 실천은 바로 지금 눈 앞의 작은 일부터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통일을 위해 정부가 할 영역이 있고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그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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