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길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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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캐나다 | 퀘벡
기사입력 2018.10.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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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 퀘벡
글·사진 허경은


21-2 (2).jpg▲ 캐나다 퀘벡주의 자동차 번호판. 퀘벡 주정부에 등록된 모든 차량 번호판에는 'Je me souviens(나는 기억한다)'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Je me souviens (
즈 므 수비앵). 프랑스어로 ‘나는 기억한다란 뜻이다캐나다 속 작은 프랑스로 불리는 퀘벡주에선 주정부에 등록된 모든 자동차 번호판에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그래서 퀘벡 주 어디를 다니더라도 이 문장을 쉬이 발견할 수 있다도대체 무엇을 기억한다는 말일까?

한국과는 13시간의 시차를 가진그리고 직항 노선조차도 없는 퀘벡을 찾은 이유는 평화로운 땅평온한 삶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 막을 올린 2018년 한 해도 이제는 2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면서 바쁜 시간 위를 달려왔다. 3번의 남북 정상회담, 2번의 한미정상회담, 1번의 북미정상회담 등 총 6번의 남북미 정상들 간의 릴레이 만남이 이어졌다그러한 가운데 여전히 진행중인 우리 사회의 긴장상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넓은 땅에서 평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보고 싶었다그렇게 떠난 길 위에서 뜻하지 않게‘Je me souviens’을 만났다

한국인에게 퀘벡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N 드라마도깨비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배우 공유·김고은의 러브스토리가 펼쳐졌던 푸른 아브라함 평원(Plains of Abraham)’ 위에 자리한 군사 요새시타델(Citadelle)’에도 ‘Je me souviens’이란 글자 조경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매일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시타델 가이드는 이것이민족의 기원·언어·역사(Origin·Language·History)를 기억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04s.jpg▲ 캐나다 퀘벡에 위치한 ‘아브라함 평원(Plains of Abraham)’. 과거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영토 쟁탈전이 벌어진 격전지로 지금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국내에서는 tvN 드라마 '도깨비'촬영지로도 유명하다. 
 
03 new.jpg▲ 퀘벡의 군사 요새 '시타델(Citadelle)'에 있는 'Je me souviens' 글자 조경물.
 
평화로울것만 같은연인들의 러브스토리만 가득할 것 같은 이 평원은 사실 역사 속에서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치열하게 벌였던 쟁탈전의 현장이다오랜 전투(17561763) 끝에 영국령으로 귀속된 후 두 세기가 지난 1939년에 주민들은 Je me souviens을 주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지금까지도 캐나다 안에서 그들의 언어와 고유의 문화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캐나다는 자국 역사의 뿌리가 된 두 민족의 이질감을 화합으로 통합, 상호 존중한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고 친 이민정책으로 다양한 민족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캐나다는 이처럼 다양성과 포용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다. 캐나다가 지금까지 별다른 정치사회적 혼란 없이, 세계인들로부터 평화롭고 살기좋은 나라로 손꼽히며 발전해온 배경이다.

물론 퀘벡 주민에게 ‘Je me souviens’은 여러 측면으로 해석되는 모양이다. 영국군에 패배한 설움을 잊지 말자는 해석도, 그래서 캐나다로부터 독립하자는 일부 분리주의자들의 강경 메시지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브라함 평원 위에서 요새를 지키는 담당자는 이런 여러 해석들을 뒤로 미룬 채 민족적 뿌리와 자부심에 대한 표현이라고 정리했다

07.jpg▲ 퀘벡의 군사 요새 시타델 입구(상단 사진). 시타델 가이드(하단 사진)가 관람객들에게 캐나다의 역사와 시타델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시타델에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쓰는 제22연대 2대대가 현재도 주둔하고 있어, 가이드 투어 신청에 한해서만 요새 내부가 공개된다. 
 
06.jpg▲ 시타델 내부에 캐나다군의 한국전 참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우리가 이 시대에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남과 북이 서로 적대하며 살아온 세월? 그것을 기억하는 것만이 과연 민족의 정체성,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일까. 더 중요한 것은, 그보다 앞서 우리가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가며 독립된 국가를 건설하자고 외쳤던, 아니 어쩌면 그 보다 훨씬 더 앞서 인간을 귀히 여기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나라의 주인이 되자고 외쳤던 날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그처럼 자랑스러운 역사를 "나는 기억한다"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되뇌이여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퀘벡의 이곳 저곳에서 'Je me souviens'을 접하면서 그 문구가 우리의 절실한 다짐으로도 필요한 시점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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