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림일 탈북작가] "좁은 틈새로나마 '자유의 빛' 보내야 북한주민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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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 탈북작가] "좁은 틈새로나마 '자유의 빛' 보내야 북한주민 깨어나"

코리안드리머
기사입력 2018.06.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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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 작가 s.jpg▲ 림일 탈북작가 / 통일신문 객원기자
 
“탈북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 국민 중 누군가 북한에 보내달라고 말하면 정부는 이를 ‘고려해 볼 사항’으로 취급할 것인가?”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다시 불거졌던 ‘집단 탈북 종업원’(2016년 4월 중국 북한식당에서 탈출한 13명의 종업원) 북송 주장에 대해 림일 작가는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하며, 북한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도 개별 사건에 따라 ‘검토 중이다’,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정부와 이를 부풀리는 일부 언론을 규탄했다.

1996년 탈북해 한국에 온 지 올해로 22년째를 맞고 있는 림 작가는 “한국에 온 이후 요즘처럼 격동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여전히 우리 정부는 탈북민과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에도 북한인권 문제는 명문화되지 않았다. 탈북민들이 작금의 남북상황을 반기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를 갖는 이유는 '세기적 담판'이었던 북미 협상에서도 이처럼 북한 주민의 인권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매체에 ‘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를 3년째 게재하고 있다는 림 작가를 만나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한 설명과 견해를 들었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이 열리기 10여일 전이었다. 

인터뷰·글 허경은 / 사진 이용현


핵에 묻혀버린 북한 주민의 인권

“북한인권 문제가 핵에 완전히 묻혀버렸습니다.”

림 작가는 북핵 이슈가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마저 덮어버렸다며, 외부세계의 시각으로는 북핵은 심각한 세계 문제인 반면 북한인권은 단순한 내부 문제로만 여겨지는 듯싶어 안타깝다고 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는 대략 20~30만여명의 정치범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략 2,500만 정도의 북한 전체 인구 규모도 외부세계에서 볼 때는 지극히 적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만약 핵전쟁이 난다고 가정하면 그건 북한인구에 비교할 바가 안 되는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현재 미국의 대북전략은 북한인권보다는 북핵위기부터 해결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북미회담을 준비하던 직전까지도 탈북자 지성호, 웜비어 가족 등을 초청해 북한인권을 거론했고, 펜스 부통령도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탈북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로 미루어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핵 이슈가 너무 커서 회담 중 북한인권 의제를 포함할 지에는 조금 의구심이 듭니다. 저로서는 다뤄주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겠단 거죠.”

실제로 북미회담 합의문에서 북한인권은 다루어지지 않았다. 림 작가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외화벌이 도구였던 해외파견 북한노동자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의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나온 유엔 결의안 2397호(원유 및 석유정제품 공급 제재, 해외 노동자 송환, 해상 차단 등)는 북한 경제에 결정적으로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 ‘외화 벌이’ 수단이었던 해외노동자들의 대거 송환사태는 북한 정권 지도부에 큰 재정적 압박이 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림 작가는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새삼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저도 쿠웨이트에 파견된 건설노동자였습니다. 북한이 거의 처음으로 노동자들을 파견하기 시작하던 90년대 중반이라 지금만큼 노동자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96년 당시 쿠웨이트에 구축된 북한의 3개 사업소에는 2,000여 명의 근로자가 있었는데 저 혼자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은 물론이고 밥 3끼 주는 것 외에는 어떠한 보상도 휴식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 북한 주민들의 삶과 비교하면 밥 3끼만으로도 천국과 지옥의 차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도구로서의 해외노동자의 삶은 정말 고단했던 게 사실입니다.”

림 작가는 파견된 지 불과 5개월만에 탈출을 시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한국기업이 과거 중동에 건설노동자들을 파견할 때 기술자, 자재, 기계 등과 함께 내보냈지만, 북한 당국은 오로지 ‘사람’만 보내 ‘몸으로 때우게 했다"는 설명이었다. 

“상상해 보세요. 그게 인간입니까? 노예고 짐승이죠.”

02.jpg▲ 2015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자유북한주간 행사 중 림일(왼쪽) 작가가 미국의 인권운동가 수잔 솔티와 함께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의 탈북자 북송에 반대하는 'Stop Killing North Korean' 팻말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보유입의 양과 속도 대폭 확대해야 북한 변해“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장마당이 확산되고 외부정보에 노출된 주민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림 작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북한은 아직도 본질적으로 변한 건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북한이 변한 것 같나요? 물론 겉모습은 많이 변했습니다. 그러나 내면, 즉 사상은 분단 이래 변한 게 없습니다. 개개인의 사상 속에 의심은 조금씩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거기에서 끝입니다. 그것을 밖으로는 표출하지 못하는 게 북한 사람이고 체제가 만들어낸 사회 모습입니다. 북한에 민중봉기나 쿠데타 등이 일어날 수 없는 이유는, 생각이 공유되고 그걸 결집해 이끌 리더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변하려면 당연히 주민들이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정보유입의 속도와 양으로는 효과가 미미합니다. 조금 더, 대량으로, 광폭적으로 폭탄같이 쏟아 부어야 북한이 변할 것입니다.”

림 작가는 미미하게라도 효과가 있던 대북 방송과 전단살포 등이 정부에 의해 중단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 지적하며 “아주 조금이라도 열린 문 틈이 있어야 그곳으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부는 비밀리에 지원하되 그 틈새로 자유의 빛을 보내는 건 시민사회의 몫이라 강조했다.     
 
"통일정책은 정부의 독점물이 아니다"

“통일정책을 정부가 독점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 림 작가는 과거 독일의 통일은 시민단체들이 선두에 나서고, 그 뒤를 정부가 비공식 특수자금으로 지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반대죠. 정부가 전면에 서고 시민단체가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정부가 모든 문제에 나서면 될 일도 안될 때가 있습니다. 더 효과적인 전략을 찾아야죠. 통일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시민단체가 보다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림 작가는 그것을 ‘통일헌법 제정'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가 유지되는 건 국가정책의 원칙적 지침인 헌법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진보·보수라는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이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지속되어 최종적으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일헌법’ 제정이 절실합니다. 그 안에 북한인권법도 포함되어야겠죠. 통일헌법에 통일의 당위성이 명문화되면 정권이나 시대에 따라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하나의 골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할 또 다른 분야로 ‘통일교육’을 강조했다. 국민의 통일열망은 우리보다 북한이 더 강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통일열망은 주입된 열망일 뿐이다. 따라서 올바른 통일관을 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심어주고 열망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면적인 주도와 지원으로 통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03.jpg▲ 2014년 9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세계 최대 문학 축제 '제80차 국제펜(PEN)대회'에 탈북작가 대표로 참가한 림일 작가(가운데)가 독재국가의 탄압으로 구속된 작가들의 석방을 촉구한 캠패인을 벌이고 있다.

'분단 역사'의 치열한 기록자로 기억될 수 있기를! 

‘평양으로 다시 갈까?’, ‘평양이 기가 막혀!’, ‘평양보다 서울이…’, ‘소설 김정일’, ‘소설 황장엽’, ‘통일’ ‘나는 김일성이 고맙다!’... 모두 림일 작가가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통일신문 객원기자로 탈북자들을 포함해 수많은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 등 칼럼도 연재하며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는 그는 “모든 작가와 기자는 역사의 기록자”라며 “한반도 역사의 한 부분을 꼼꼼히 기록해 갈 것을 항상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저는 그저 수많은 탈북자들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지난 날 쿠웨이트 2천여 근로자들은 나의 탈출소식을 접하며 영웅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2500만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자는 지금도 부러운 대상일 것입니다. 그렇게 바라보니 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인생은 큰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림 작가는 자신의 책 중 시민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으로 ‘소설 황장엽’을 꼽았다. 그는 황장엽 선생을 ‘북에서는 자유를, 남에서는 통일을’ 갈망한 분단 이래 최고의 망명자이자 탈북민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탈북자들은 누구나 자유와 통일을 갈망한 사실상의 최고 망명자가 아닐까. 언젠가는 이 땅이 하나되어 자유의 역사가 펼쳐지는 날, 분단시대에 작가이며 기자로서 살아온 그의 이름 앞에 '분단역사의 치열한 기록자’란 수식어가 붙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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