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제 남은 과제는 김정은의 ‘핵 폐기’ 결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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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과제는 김정은의 ‘핵 폐기’ 결단 뿐이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기사입력 2018.05.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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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분단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땅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의 봄’이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에 국제문제 전문 언론인의 기고문을 통해 4·27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되새기고 향후의 한반도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
신영수.jpg신영수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미시간주 마콤카운티의 유세장. 모여든 청중들이 갑자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노벨, 노벨, 노벨!”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노벨 평화상’을 뜻하는 외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세에 나서기 전에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3∼4개월 전만 해도 (북한과는) 매우 거친 상황이었음을 여러분이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청중들에게서 연호가 터져 나왔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일찌감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라는 ‘김칫국’을 마시는 국면을 연출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에서 세기적 ‘비핵화 담판’을 성공으로 이끌 경우 두 지도자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갖는다. 역사적으로도 지난 1993년 9월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 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사이의 역사적 화해가 이루어지면서 두 사람이 1994년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전례가 있다.

062.jpg채널A 뉴스 캡쳐
 
트럼프와 김정은, 노벨 평화상 받을까?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협상은 자기현시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혁혁한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노벨 평화상까지 거머쥘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 아니겠는가!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공식 확인되면서 세계의 이목은 곧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으로 집중되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자임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간 중재능력도 관심의 초점이다.

이번 북미 비핵화 협상은 혹독한 유엔안보리 제재로 경제적 곤경에 빠진 북한이 그동안의 협상 거부 자세를 바꾸어 협상에 응함으로써 성사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약세’를 이용한 미국의 공세가 주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를 수용할 경우 체제보장은 물론 막대한 경제지원을 얻을 수 있다. 지난달 북한 노동당 전원 회의는 종래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경제건설 우선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 핵폐기에 맞춰 한국을 포함한 관계국들의 경제지원은 피폐한 북한 경제를 살리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비핵화 협상진전에 따른 경제적 과실

경제적 곤경으로 시간에 쫓기는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따른 과실을 절실하게 바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핵 폐기 협상 과정에서 진행 단계마다 보상을 얻어내는 종래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제재의 단계적 완화도 보상의 의미가 크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간 경제협력 내용은 비핵화 진행에 따른 제재 완화와 해제를 전제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북한 김정은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그동안의 비정상적인 국가 이미지를 벗어나 ‘정상국가’를 지향하려는 자세를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정상회담에서 한국보다 30분 늦은 북한의 표준시를 한국과 통일하는 결정을 밝힌 것도 정상국가 지향 제스처의 하나다. 시간 단위로 표준시를 정하는 국제관계를 깨고 30분차 표준시를 정했던 비정상 국가의 구습을 털어내겠다는 얘기다. (한반도가 일본과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는 것은 일제 잔재라는 명분을 접는다는 의미다.)

066.jpg▲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지난 3월 말 중국 방문부터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부인을 대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설주 여사가 4월 27일 저녁 판문점 평화의 집 만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은이 정상회담 과정에서 내내 통 크고 활달한 이미지를 과시한 ‘매력 공세’는 한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한 종래의 인식을 개선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우리의 상처를 도외시한 ‘북한식 화법’의 전형

그러나 “문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라든지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운운한 김정은의 발언은 말 한 마디로 퉁치고 지나가기에는 우리의 상처가 너무 크다는 것을 배려하지 않은 ‘북한식 화법’의 전형이다. 우리와 보편적 상식으로 통하기에는 단절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을 김정은에게 전달했다. 영상 속에는 북한의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내용도 들어있다고 문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일 김정은과 공동 발표 자리에서 “10·4 공동선언(2007년)의 이행과 남북 경협사업의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 연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발언의 의미를 이날 부연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북미 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여건이 조성되길 기다려서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 즉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 없는 것은 빨리빨리 당장 실행해 나가자는 의미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조급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067.jpg▲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 합의문에 서명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행 속도에 따라 남북 경협은 그야말로 가뭄에 비를 만난 격으로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 재개도 시간문제다. 남북 신시대는 경협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발전소 건설은 물론 도로·철도 정비, 인프라 구축, 광물 개발, 도시 건설, 환경 보호 등 남측이 협력할 분야는 너무도 많다. 우리 제조업체들의 북한 진출은 제품의 대외경쟁력을 최고도로 높일 수 있는 호재 중의 호재다. 남북 윈윈의 현장을 머지않아 보게 될 것으로 기대 된다.

“북한의 진정성 믿을 수 있는지가 문제”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 발전의 역사적 계기가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핵심의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의 기대대로 핵무기와 경제건설을 교환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릴 것이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우리가 또 다시 속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줄 것을 바라고 또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해제에 다름 아니다”는 홍준표 자유 한국당 대표의 주장은 보수 우파의 우려를 상당부분 반영한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다짐한 것은 앞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우리 각자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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