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에리사 이에리사휴먼스포츠] “하나가 되기 위해 흘리는 땀 한 방울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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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리사 이에리사휴먼스포츠] “하나가 되기 위해 흘리는 땀 한 방울이 소중하다"

코리안 드리머
기사입력 2017.12.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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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s.jpg▲ 이에리사 (사)이에리사휴먼스포츠 대표
 
1949년에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은 다음해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에 대규모의 병력을 파병했다. 파병의 명분은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하고 조선을 돕는다)였다. 이후부터 줄곧 적대관계였던 미·중이 국교를 회복하건 지난 1979년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싸웠던 한국전쟁 참전으로부터 29년이 지나서였다. 미·중의 수교는 바로 '핑퐁외교'의 결과였다. 이제는 국제 정치용어로 굳어진 미·중의 핑퐁외교는 1971년 4월, 미국 탁구대표단의 중국 방문으로 물꼬가 트였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미·중 탁구대표팀의 경기를 계기로 단절됐던 미·중 국교가 결국 회복된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지난 날의 미·중 핑퐁외교 같은 극적이고 역사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금은 기대하기조차 어려울 듯싶다. 북한의 경직된 태도 때문이다. 지난 6월 전북 무주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출전을 제안했지만, 현장에 있던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스포츠로 (남북)관계 물꼬를 튼다는 건 천진난만한 생각"이라며 "스포츠보다 정치가 먼저다"라고 못을 박았다. 
 
1973년 한국 최초로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유고 사라예보)’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세계제패를 이뤄 ‘사라예보의 전설’로 불리는 이에리사 전 국가대표탁구선수는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북한선수와 겨뤄본 적이 많다”고 말하며 “여전히 정치가 먼저라고 외치는 북한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남북 스포츠교류는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글 허경은


국제스포츠 대회에서 남북대결은 또 다른 전쟁

이에리사 (사)이에리사휴먼스포츠 대표는 국가대표 탁구선수로서 현역 시절 북한 선수와 처음 맞붙었던 날을 회상했다.  

“1972년 스웨덴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 오픈 탁구선수권대회였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제일 잘 친다는 차경미 선수가 출전을 해서 저도 긴장했었죠. 사실 어느 종목이든 남북한 선수의 대결은 총칼 없는 전쟁과 다름없습니다. 북한선수에게 지고 귀국하면 국민과 언론의 뭇매를 맞는 게 당연지사였죠.”
 
당시 고등학생이던 이 대표는 가슴에 붙은 태극기의 무게에 북한 선수와의 대결이라는 부담까지 안고도 선전 끝에 개인단식과 개인복식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 우승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기고 나서 뒤돌아보니 차 선수가 타올로 눈물을 닦으며 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북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그것도 한국 선수에게 졌다는 것이 그들에게 가져다 줄 후환이 걱정됐습니다. 짠한 마음에 차 선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는데, 소리소문 없이 현장에서 사라졌고 그 뒤로 어느 국제 경기에서도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남북 대결의 분위기는 한반도 정세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경기를 치른 후 밀려오는 애잔함은 코트 안에서도 남북대결이 분단으로 빚어지는 또 다른 의미의 전쟁임을 선수도, 관객도 절감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06.jpg▲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에리사 선수의 경기 모습과 세계제패를 거둔 후 귀국 환영 퍼레이드에 등장한 모습 (제공=이에리사휴먼스포츠)
 
남북단일팀이 보여 주었던 ‘원 코리아’의 저력과 감동

남북이 대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현정화(남)·리분희(북) 선수가 단일팀으로 출전해 우승까지 차지한 일은 국민은 물론 외신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아직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도 영화 ‘코리아’(감독 문현성, 주연 하지원·배두나, 2012)가 그날의 감동실화를 영상으로 담아내며 지금까지도 전 세대를 아울러 자주 회자되고 있다.
 
남북단일팀이 구성될 당시 이 대표는 후배인 현정화 선수를 응원하며 조직위 임원으로서 모든 준비 과정을 지켜봤다고 했다.

“제가 사라예보(1973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넘을 수 없다던 중국을 꺾고 한국 최초로 세계제패를 이뤘다는 데 의미가 있고, 지바(1991년) 대회에서 후배들이 우승을 한 것은 최초의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출전한 경기에서 세계제패를 이뤘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대결만 하던 남북한이 한 팀으로 국제무대에 나란히 서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다른 것이죠.” 
 
남북 선수들은 지바 대회 출전을 앞두고 일본 전역을 한 달간 돌며 전지훈련을 했다. 흔히 해외로 전지 훈련을 가면 언어, 음식, 문화 등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아지는데 남북한 선수팀은 기술교류 외에는 서로 신경 쓸 게 특별히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전지훈련을 마친 남북한 선수들이 했던 말을 이 대표는 과거형 어법으로 바꿔 대신 전했다.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07.jpg▲ 1991년 이에리사(가운데) 당시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임원이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한 리분희(북한/왼쪽부터)·유순복(북한)·홍차옥·현정화 선수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이에리사휴먼스포츠)
 
탈북민의 사회 참여가 통일을 앞당긴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6회 코리안드림 한반도 탁구 대축제(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주최)’ 명예대회장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탈북민들이 선수로 참가하고 남북주민이 화합하는 탁구 대회에서 그는 “또 한번의 코리아팀”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이 그렇게 지역사회 행사에 많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탈북민의 수가 많아졌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미 3만명을 넘어섰고 앞으로는 더 늘겠죠. 우리가 북한에 가서 탁구를 할 수는 없으니 여기에서라도 그렇게 탈북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지역 행사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이들이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주고 탈북민들도 적극적으로 사회로 나와 지역 시민들과 교류해야 합니다.”

01-s.jpg▲ 지난 11월 4일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6회 코리안드림 한반도 탁구 대축제'에서 이에리사 명예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탈북민에 대한 편향적 시각에 대해 이 대표는 “관점의 차이”라며 지인의 사례를 들어 설명을 덧붙였다.

“저와 같이 선수생활을 했던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 한 분이 있습니다. 언젠가 테니스를 배워보고 싶다며 동네 테니스장에 나갔는데 주민들이 상대도 안 해주더랍니다. 나름 세계적인 탁구선수로 유명세를 탔던 사람이기에 순간 자존심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을 바꿔 먹고 다음날부터 커피를 여러 통 타 가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친분을 쌓았더니 점점 그들의 마음이 열리면서 같이 게임도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 대표는 “서로 낯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하며, 탈북민 스스로도 ‘자신이 북에서 와서 그럴 것’이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고 주변 사람들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맞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국가 대표"

이 대표는 ‘사라예보의 전설’이라는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선수생활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탁구국가대표팀 감독, 하계·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 태릉·아시안게임 선수촌장 등을 역임하고 19대 국회의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다 지난 4월에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사단법인 이에리사휴먼스포츠를 설립했다. 법인 이름에 ‘휴먼’을 붙인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는 스포츠 인생을 살아오면서 응원해준 사람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원로 체육인으로 대우받는 제가 그동안 누렸던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고립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다면 스포츠가 가진 회복과 치유의 힘이 또 다른 꿈과 희망을 갖게 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탈북민들도 저희 휴먼스포츠로 오셔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치시고 지역 주민들과 친구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 대표는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을 앞둔 후배 체육인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은 우리 선수들에게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선수들은 그런 부담을 떨치고, 국민들도 ‘꼴찌에게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성숙한 응원문화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땀 흘리고 박수치는 우리 모두가 한 명 한 명의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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