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철구 한국음악협회] “세계적으로 큰 울림이 되는 '통일합창제'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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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구 한국음악협회] “세계적으로 큰 울림이 되는 '통일합창제' 열고 싶다”

코리안 드리머
기사입력 2017.10.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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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jpg▲ 이철구 한국음악협회 이사장 / 작곡가
 

최근 클래식 음악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JTBC '팬텀싱어'에서는 크로스오버(Crossover. 다른 장르의 요소가 합쳐진 음악) 형식의 진행을 통해 흔히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키지 여행을 소재로 JTBC가 얼마 전 방영한 '뭉쳐야 뜬다'의 '오스트리아'편에서는 베토벤, 모차르트, 비발디 등의 음악을 실내악으로 감상한 연예인 게스트들이 연주에 몰입하고 감탄사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그맨 정형돈은 기립박수를 치며 “클래식 공연을 처음 봤다. 이렇게 좋은 지 몰랐다.”며 감격에 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클래식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철구 한국음악협회 이사장은 “음악을 건축에 비유하자면 대중음악은 건축물의 내·외관 치장에 치중하는 인테리어에, 클래식은 치장에 앞서 건축물을 지탱하는 뼈대 구조물에 가까운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음악은 시대의 유행을 탑니다. 그래서 유행가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화려하게 장식된 인테리어처럼 어떤 측면에서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가변적인 요소들이 있어 (싫증이 나거나 유행이 지나면)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클래식은, 몇 백년이 지난 고대 건축물이 골조의 변형 없이 내부 인테리어만 조금씩 보수해가며 지속적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세기에 활동한 바흐, 모차르트의 음악이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건 클래식의 구조가 건축의 구조와 같기 때문입니다.”
 
순수 국내파 음악가이자 국악관현악곡 ‘한국의 사계’로 ‘대한민국작곡상'(2007)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이사장이 그의 마음과 한반도에 어떤 집을 짓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인터뷰·글 허경은


"클래식의 가치는 ‘지속성’에 있다"

집을 지을 때 철근 사이에 못이 하나 빠진 것을 뒤늦게 알고 나서도 마음 편하게 그 집에서 눌러 살 수 있을까. 이 이사장은 “클래식 악보에서는 ‘숨표’ 하나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화성학’은 음을 어떤 구조로 배치했을 때 좋은 소리가 나는가에 대해, ‘대위법’은 음을 어떻게 결합했을 때 좋은 소리가 나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적용하는 일종의 통계학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식은 단순히 감성에 호소하거나 즉흥적인 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우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구성으로 창작되는 곡입니다. 그래서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처럼 오래 지탱되고 연속성이 있게 되는 것이죠.”
 
수학을 흔히 어렵다고 하지만, 그것이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공식과 논리만 알면 대입한 대로의 정직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클래식이 (알고 들으면)그다지 어렵지 않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 오래 사랑 받을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02-2.jpg▲ 한국음악협회의 이철구(왼쪽) 이사장이 지난 2007년 '한국의 사계'로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에 당선돼 김용진 전 이사장으로부터 상장을 수여받고 있다.
 
한국음악협회는 한국음악의 현대사(史)와 함께 했다. 1932년 현제명 선생을 회장으로 ‘조선음악가협회’가 창설되고 1961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되어 85년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음악협회는 광복 30주년이던 1975년에는 정부(문화공보부: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광복 30주년 음악제’를 주관했고, 그것을 모태로 하는 ‘대한민국국제음악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 이사장은 "대한민국국제음악제가 대한민국 국호를 걸고 개최되는 가장 오래된 국가 음악제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는데 올해는 기금 지원이 막혀 있어 답답합니다.”라며 탄식했다.
 
“문화 정책이 이념으로 좌우돼서는 안 된다"

“올해 갑자기 정부 예산배정에서 제외됐습니다. 나라에서 만들어 놓은 음악제에 지원금을 안 준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더구나 이러한 공연은 거의 일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는데 결국 대관해 놓은 것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문화예술에 대한 기금이 5%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복지에 비중을 더 둔다고 하네요. 문화라는 것은 유형보다 무형의 영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공기를 마시듯 스쳐 지나가며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문화정책은 지속력이 중요한 건데, 단기간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되고 정부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면 문화는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다시 정치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문화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이 이사장은 의견을 덧붙였다. 
 
“블랙리스트는 어느 한 정부만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줄곧 반복돼오던 일이었습니다. 문화계의 수난사였던 거지요. 결국 곪을 대로 곪아 최근에 터진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을 계기로 전반적인 개선이 되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문화정책에 정치적 외압이 반영돼 문화와 문화인에 대한 평가가 해당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좋다거나 나쁘다는 식으로 편가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강연 7.jpg▲ 지난 2014년 12월 11일, 이철구 당시 한국음악협회 수석 부이사장이 모교인 선화예술학교를 방문해 개교 40주년 기념 세미나 '청소년 예술 교육의 미래'에서 '미래 예술 세계에 대한 전망과 예술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를 체제의 종속물로 취급하는 공산주의 

문화에는 그 민족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문화정책의 지속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 이사장은 중국의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 공자(孔子)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음악)을 예로 들며 국가의 정치체제가 민족의 문화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문묘제례악은 중국의 전통 음악인데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문묘제례악을 배워갑니다. 아이러니하죠. 이유는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인민공화국으로 변혁한 후 체제 성향에 맞는 문화를 키우고 그 외의 기존 문화예술을 상당수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문묘제례악은 과거 한반도로 유입되어 우리의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 조선의 역대 군왕의 신위를 모시는 종묘와 영녕전에서 제향에 쓰이는 음악)을 탄생시켰는데, 자신들의 정체성과 정신문화를 되찾고자 하는 중국인들이 그 원형이 남아있는 한국에 와서 문묘제례악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종묘제례악_출처_문화재청 종묘 홈페이지 2.jpg▲ 종묘제례악 (출처='문화재청 종묘' 홈페이지 자료실)
 
중국의 사례를 통해 공산주의 체제의 북한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의 전통문화예술과 음악예술이 왜곡되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공산화된 나라의 음악의 특징은 정치 사상에 입각한 체제 결속 등을 위하여 매우 빠르고 역동적으로 음악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를 연주하기 위하여 민속 악기도 서양식 악기로 개량화가 이루어지죠. 북한 음악에서는 이미 우리 음악이 가졌던 소리의 넉넉하고 너그러운 풍류사상(風流思想)의 멋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점점 중국의 음악형태를 따라가고 있어 걱정이 큽니다."

우리에게 문화예술의 역할은 어쩌면 분단상황에서 보다 통일시대에 더 중요해 질지 모른다. 남북 간에 심화된 정신적 이질감을 해소하려면 결국 상당 세월 동안 우리의 전통 문화예술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음악협회는 한국미술협회,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과 지난 9월 18일 MOU를 맺고 문화예술을 접목해 통일운동을 전개해가기 위한 ‘원케이글로벌캠페인’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음악협회는 우선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에 통일비전 확산을 위해 대대적으로 펼쳐질 캠페인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014.jpg▲ 지난 9월 18일 한국음악협회·한국미술협회·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간의 '원케이 글로벌 캠페인 문화예술 프로젝트 업무협약식'에서 이철구 한국음악협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음악으로 통일한반도라는 큰 집 지을 수 있길!
 
“통일은 우리의 힘 만으론 어렵습니다. 분단이 낳은 남북대치와 북핵 위협 등이 세계적 문제가 되어버렸기에 세계인들의 지지도 필요합니다. 아직은 이런저런 구상을 하는 단계이지만, 가급적 세계 뮤지션들이 동참하는 일종의 통일 합창제를 열고 싶습니다. 통일에 대한 밑그림을 문화예술로써 멋지게 그려보고 싶네요.”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콩쿨대회에서 순수 국내파 음악인들이 수상한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한류는 일시적 거품일 뿐이고 그래서 곧 꺼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었지만 대중가요뿐 아니라 클래식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걸 보면 오히려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K팝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지만, K팝 이전에 이미 K클래식이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퍼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음악의 저력으로 통일에 대한 이 이사장의 간절한 소망을 성취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이 이사장이 음악으로 그리는 밑그림이 실로 멋지고 탄탄한 설계도가 되어 통일 한반도라는 커다란 집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언제라도 들어와 살수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런 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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