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아픔을 직접 경험한 분단 1, 2세대의 시대는 이제 사실상 역사가 됐다. 지금은 전쟁을 알지 못하는 분단 3, 4세대의 시대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염원도 세월의 흐름에 비례해서 희박해 졌다. 문동희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는 통일의 사회적 수요가 발생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첫째로,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통일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통일 국가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막연히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천적인 통일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합니다. 둘째로, 통일 교육이 필요합니다. 분단 3세대부터는 통일 열망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들은 분단의 비극을 겪지도, 목격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일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세대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통일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표는 또한 북한과의 소통 창구가 원천 봉쇄되어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치면서도 희망 역시 숨기지 않았다.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UN대북제재 상황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건 옳지 않지만, 북한동포의 인권회복을 위해 그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것은 정부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뜻을 모으기 위해서는 통일 청사진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인터뷰 주인호 / 정리 김인혜
◆ 북한 인권에 무관심했던 대학 사회에서 운동 시작
북한인권학생연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문동희 대표의 관심사가 처음부터 북한 인권 문제였던 건 아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북한 인권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는데 얼마안가 음해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이러한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같은 민족으로서 평화를 도모하고자하는데, 무슨 이유로 이러한활동이 방해 받아야 하는지에대한 의문이 들었다. 여러 측면에서 탐구해 본 결과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이념적 갈등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이론위주의 논의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는 결론을 내린 끝에 2003년에 북한인권학생연대를 설립하게 되었다. 현재 활동 중인 회원이 300여 명이나 된다.
◆ 기존의 북한 인권 운동에서 탈피하다
북한인권학생연대가 출범한 2003년 당시에는 북한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거의 없었다. 대학 사회는 더욱 그러했다. 때문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상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하고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어 활동했다.
활동의 효과는 서서히 드러났다. 문 대표는 홍보활동을 지속하면서 북한 실태에 무관심했던 청년 세대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더 큰 변화를 이끌기 위해 캠페인 방식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과거에는 홍보 위주의 행사가 많았다면 현재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진행된 프로그램인 ‘통일 유니워크’ 행사가 그것이다. 청계천의 3.5㎞ 구간을 함께 걸으며, 한 사람이 1m를 걸을 때마다 기부액을 1원씩 적립하는 방식이다. 올해 3월 열린 행사에서는 200만 원이 모금되었고, 해당 기부금은 탈북자 자녀 대안학교인 겨레얼학교로 전달되었다. 문 대표는 “이와 같은 캠페인을 진행할 때,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북한 주민들을 도왔다는 효능감을 느낀다”며 “참가자들은 나눔을 통해 얻어내는 좋은 경험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참여를 지속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