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나라 배우] “개성과 자유 넘치는 통일한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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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라 배우] “개성과 자유 넘치는 통일한반도 꿈꾼다”

코리안 드리머
기사입력 2019.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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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_s.jpg▲ 강나라 배우
 
“가끔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악플을 볼 때가 있어요. 근데 가긴 어딜 갑니까. 제 나라가 여기인데요. 많은 탈북민들도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면서 정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같은 한민족으로 편견 없이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 5월에 탈북하여 정확히 한국생활 만 5년에 접어든 배우 강나라의 대중을 향한 당부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지 2년여 쯤 됐을 때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 지치고 한국인들의 편견에 부딪혀 남몰래 북한행을 꿈꿔본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말한다. “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강 씨는 소위 ‘금수저’라 부르는 부류에 속해있었다. 집안이 부유해 100평 규모의 집에 거주했고 ‘비계는 못사는 사람들이 먹’던 거라 삼겹살도 한국에 와서야 입맛을 붙인 음식이라고 했다. 북한을 벗어나기로 결심한 것도 굶주림이 아닌 먼저 탈북해 한국에 와 있는 엄마가 그리웠던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배고픔에 탈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자유’에 대한 배고픔이 있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한국에 대한 환상도 있었고, 8년간 쌓여온 엄마 없는 설움도 함께 밀려왔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온 후 엄마와 재회하게 됐고 제가 하고 싶던 방송과 패션쪽 일도 하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인터뷰·글 허경은 / 사진 이용현


엄마를 찾기 위해 자유를,
아빠를 찾기 위해 통일을 꿈꾸다

북한 청진예술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강나라는 그 재능을 발휘하여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에도 방송활동을 시작해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TV조선 ‘모란봉클럽’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영화, 뮤지컬 활동은 물론 개인적으로 유튜브 채널 ‘놀새나라TV’도 운영한다. 하지만 아직 강 씨의 부친이 북에 남아 있어 얼굴이 노출되는 그의 방송 활동에 염려를 전하는 이도 적지 않다. 

“탈북자 가족이 워낙 많다보니, 이제는 특별히 북한을 비난하는 발언이나 활동 등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한 가족들에게 큰 가해를 가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위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저의 이런 활동을 통해 아빠가 우연히라도 한국 방송을 몰래 보시다가 저를 알아보시고 흐뭇해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그랬듯, 많은 북한 사람들이 몰래 한국 방송을 시청합니다. 방송 활동은 제가 북의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한거죠.”

강 씨는 비록 한국에 와서 어머니와의 재회의 기쁨을 누렸지만, 이제는 북에 있는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여전히 이산가족의 아픔 속에 살아가고 있다.

“탈북하던 날 밤 북중 국경에 앉아 도강을 앞두고 아빠에게 전화한 적이 있습니다. 몰래 집에서 뛰쳐나온 후 이틀만에 연락드린 거였죠. 그리고 엄마에게 가겠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전화기 너머로 아빠의 눈물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안가면 안되겠느냐며 울먹이셨죠. 제 뜻이 완강한 걸 아시고는 “가서 잘 지내고, 연락 꼭 기다리마” 하셨습니다. 그 뒤로 한번도 아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방송을 통해서라도 제 모습을 보셨으면 좋겠고, 나중에 통일이 되어 아빠를 만나게 되면 딸로서 용돈도 넉넉히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서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단역 배우에서 
‘코리안 드림’의 주연이 되기까지

주로 단역 배우로 활동해 온 강나라는 최근 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연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영화 ‘코리안 드림’(총괄감독 이창수 / 연출 스투어트 맥카들 · 크리스토퍼 랜슨)이다. One K 글로벌 캠페인 일환으로 지난 해부터 촬영이 시작돼 올해 베를린·선댄스 등 국제 영화제 출품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탈북자들의 탈출 과정과 새 터전에서의 정착 스토리 등을 담고 있고, 궁극적으로 통일 한반도의 비전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 탈북민들이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데, 특히 영국 뉴몰든 지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등장하고, 저는 그들의 회상 씬을 맡아 연기하게 됐습니다. 영화 속 실제 인물도 어머니와 8년만에 만났더라구요. 저의 스토리와 닮은 데가 있어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공개오디션 당시 ‘울지마라 울남아’란 북한 노래를 불러 보였던 게 감독이나 제작사 측에 깊은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한 강 씨는 이 노래 또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찾아 애타게 우니 울지 말라고 달래는 자장가 같은 노래입니다. 항상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컸기에 아마도 제 진심이 노래를 통해 전달된 게 아닐까요. 저의 삶도, 제가 연기한 주인공의 삶도, 그리고 모든 탈북자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화의 국내 개봉 일정은 국제영화제 출품을 이유로 아직 미정인데, 영화제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고 국내에도 빨리 개봉되어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00003.jpg▲ 영화 '코리안 드림' 스틸컷
 
북한, 다양성 부정하고 유일한 것만 존재하는 사회

‘꽃보다 남자’, ‘천국의 계단’ 등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제목의 이 드라마를 강 씨도 북한에서 봤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된 건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한국 현실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고 말했다. 

“북한 채널은 오로지 한 개 입니다. 그래서 그것만 볼 수밖에 없고, 그 방송의 내용을 모두 사실로 믿어버리죠. 그렇게 살아온 습관 때문인지, 외부 세계의 영상물을 접하게 되면 너무 순수해서 다 믿어버리게 됩니다. 한국 드라마를 볼 때 한국인들은 모두 정원 딸린 2층 집에서 부유하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정원은 커녕 회색 빌딩과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차 있더라구요. 제가 너무 상류층 사람들을 그린 드라마만 봤나 봅니다.”  

강 씨는 자신의 경험을 재미있게 풀어 설명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는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혹은 정말 완벽히 갇혀 있어서 외부 세계를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다양성은 생각을 넓힌다. 오로지 한 개의 채널, 일당 독재 체제, 수령의 말이 오로지 정답인 곳, 북한이 이처럼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기에 주민들의 생각의 폭이 한정돼 있는 것 아닐까.

“나만의 브랜드 갖고파” 

“이제는 한국에 와서 더 많은 것들을 듣고 보고 생각하고 있으며,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방송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원래 제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습니다. 한국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잖아요. 나만의 스타일로 브랜드를 만들고, 향후에는 그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쇼핑몰CEO가 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개성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꿈꾸는 강 씨는 최근 한국에서 인연이 된 한 모델과 공동으로 티셔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로고를 ‘S+N’으로 심플하게 디자인하고 스늘티라 부르는 이 티셔츠를 플리마켓에서 판매했다. 

002.jpg▲ 강나라가 공동 제작한 티셔츠 '스늘티(S+N)' (제공=강나라)
 
“S+N은 기본적으로 모델 분 이름 '상지'와 저의 이름 ‘나라’에서 첫 이니셜을 딴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남한(South)과 북한(North)을 뜻하기도 하더라구요.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그 의미가 마치 운명처럼 깊게 와 닿아 티셔츠에 넣게 되었습니다.”

강 씨는 만약 북한에 있었다면 디자이너를 꿈꾸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총격을 뒤로 한 채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넌 18세 소녀가 5년 만에 자신이 만든 티셔츠를 들어보이며 꿈을 말하고 있는 모습에서 영화 ‘코리안 드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자석의 S극과 N극도 서로 끌어당겨 붙는 성질이 있다. 극과 극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합쳐지고 싶은 성질이 있는 것. 그녀의 꿈이 한반도의 꿈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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